우리는 배달의 민족을 음식사업자로, 아마존과 쿠팡을 유통사업자로, 구글과 네이버를 지식사업자로 인식한다.
이러한 착시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플랫폼이 가진 지향점이 결국 공급자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단지 플랫폼은 단일 공급자가 아니라 그 산업 전체를 대표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때문에 플랫폼에서는 '경쟁'이라는 개념 대신 '성립'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플랫폼이 성립되는 것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떤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플랫폼에서 첫 번째 성공은 경쟁을 통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장에서의 인정을 통해 성립되는 것이다.
플랫폼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 행위보다 편리하거나, 고품질이거나, 공평하거나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하거나, 이전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내거나 무언가 이전보다는 발전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아야 한다.
즉 이전보다 진보했다고 양면시장의 참여자들이 느끼는 순간 플랫폼은 성립된 것이다.
플랫폼 경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양면시장의 규모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양면시장이 충분히 커지면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발현되고 플랫폼의 성장은 가속도가 붙게 된다. 플랫폼의 구축에는 최소 규모라는 진입장벽이 존재하기에 일반적인 완전경쟁시장처럼 경쟁자가 지속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한 플랫폼의 지위가 위협받기는 쉽지 않다.
플랫폼에는 언제나 돈이 아닌 다른 가치가 추구된다. 즉 플랫폼에서는 플랫폼의 추구 가치와 수익을 분리 시키는 것이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요소인 것이다. (구글의 추구가치 => 지식의 정보와 공유를 위해 노력함)
문제는 배달의민족이 합병 이후에 기존의 광고방식의 수익모델을 수수료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발생한다.
플랫폼의 수익모델에는 광장형과 시장형이 있다. 광장형은 높은 트래픽을 기반으로 광고라는 수익모델이 가능하다.
시장형은 트래픽이 제한되기에 수수료라는 모델이 필수. 방문보다는 거래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에 아마존과 같은 커머스 플랫폼,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 플랫폼들은 수수료에 의존하게 된다. 광장 플랫폼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트래픽으로 광고라는 수익모델은 쉽게 성장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배달의 민족이 이 함정에 빠진 것이다.
배달의민족의 시작은 수수료였다. 수수료 모델은 사업이 성공하면서 반발을 가져왔고 배민은 수수료 무료를 선언하면서 플랫폼으로 성립될 수 있었다. 무료 수수료는 플랫폼을 개방시켰고 그 결과 양면시장의 참여자, 특히 공급자 시장의 성장은 눈부시게 이뤄졌다.
배민은 수수료 체계로 전환을 고민하고 있고 여기서 배민이 간과한 것은 이미 독점이라는 플랫폼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는 점이다.
독점의 단계에서는 성공한 플랫폼으로 돈이 아닌 무언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왜 구글이 풍선을 띄워 인터넷이 안 되는 지역으로 보내는지, 왜 페이스북이 지역 저널리즘을 살리려 노력하는지, 아마존이 왜 수익을 희생하며 당일배송을 실현하려 하는지를 배민은 이해해야 한다. 독점에 이른 플랫폼의 행동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상품들이 이런 방식의 가격경쟁으로 오픈마켓 플랫폼들에게 거래액과 손실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동안 네이터는 2%라는 수익을 언제나 만들어내고 있다. 검색이라는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판매자들 간의 경쟁이 만들어지고 소비자들은 그 과실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네이버의 상품검색이라는 존재가 가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들기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절대선이 된다.
구독 서비스 모델이 성고하기 위한 요소중 하나는 고객과 맺는 관계의 강도가 충분히 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성공한 구독 서비스들은 '무제한'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이는 고객과의 약속 수준을 올리기 위함이다. 구독의 건너편에 서 있는 구매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는다. 단지 그 순간 대가를 지불하고 상품을 인도받을 따름이다. 하지만 구독의 경우는 기업과 고객 간의 약속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약속의 강도가 약할 경우 그 의미 역시 쉽게 사라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성공한 구독 서비스 사업자들은 무제한이란 강한 단어를 쓰고 그에 걸맞은 고객의 약속을 요구한다. 고객은 내가 최대한 많이 쓴다면 얼마나 활용할까를 가지고 구독의 가치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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